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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7'사전에 없는 이름' — 안상호와 2026년의 질문기록 2

명단의 빈칸

2026.08.212번째 기록7 분 분량

핵심명단의 빈칸은 두 가지 이유로 생긴다.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거나, 거기까지 손이 닿지 않았거나. 둘은 완전히 다른데 겉으로는 똑같이 비어 있다.

친일인명사전에는 4,389개의 이름이 있다. 안상호는 그중에 없다.

2026년 8월, 한 배우가 방송에서 증조부를 자랑한 뒤 그 이름이 다시 불려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나온 반박이 그것이었다. 사전에 없지 않은가.

민족문제연구소가 공식 입장문을 냈다. 문장 하나가 이 글의 출발점이다.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곧 '친일 행적이 없음'을 뜻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연구소가 공개한 행적

입장문에 실린 목록은 18년에 걸쳐 있다.

연도행적
1909. 11이토 히로부미 추도회 준비위원
1912. 8한국병합기념장 수상
1914 · 1918 · 1920경성부 협의회원 (관선 임명)
1915경성신사 씨자총대 (신도 대표)
1916대정친목회 평의원
1922~1927경성종로금융조합 조합장
1924동민회 회원
1925~1927동민회 평의원

이 가운데 둘이 특히 무겁다.

하나는 1912년의 한국병합기념장이다. 병합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일본이 준 기념장이다. 이 블로그는 앞선 글에서 작위와 은사금을 두고 훈장이 아니라 영수증이라고 적었다. 기념장도 같은 성격의 문서다. 받은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준 쪽이 무엇에 대해 값을 치렀는지를 말해준다.

다른 하나는 대정친목회다. 연구소는 이 단체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문 이완용과 민영휘, 회장 조중응. "논란의 여지가 없는 친일 엘리트의 모임"이며 "3·1운동 전후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민족의 저항 의지를 무력화하는 정신적·사회적 협력기구"였다.

이 이름들은 이미 이 블로그에 적혀 있다. 이완용은 을사오적이자 경술국적이고, 조중응은 경술국적이다. 1905년 그 방에 있던 사람과 1910년 조약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1916년에는 한 단체의 고문과 회장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평의원 스물한 명 중 하나가 안상호였다.

그런데 왜 빠졌나

연구소가 밝힌 수록 기준은 두 갈래다. 친일 행위의 자발성·반복성·지속성, 그리고 식민통치기구 안에서의 특정 지위 — 귀족, 중추원, 고등관, 경찰 간부, 군 장교, 친일단체 간부급.

안상호에 대한 결정은 이랬다.

2009년 발간 당시 민족문제연구소가 축적한 자료로는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선정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편찬위원회의 결정으로 수록을 보류했다.

'보류'다. 무죄가 아니라 판단을 미뤘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룬 이유는 그가 결백해서가 아니라 그때 우리 손에 자료가 그만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료는 왜 부족했나

연구소는 사전 편찬이 "제한된 자료와 인력 속에서" 진행되었고, "인력과 자료 부족으로 인해 판단이 보류된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고 적었다.

그 제한이 어디서 왔는지는 이미 기록되어 있다. 2003년 12월, 국회는 편찬 기초자료 조사 예산 5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듬해 시민들이 인터넷 모금을 시작해 열흘 만에 5억 원을 채웠고, 성금은 7억 원을 넘겼다. 그 돈으로 3,000여 종의 사료를 뒤져 250만 건의 인물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쌓았고, 4,389명을 추려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시민이 모금으로 대신한 결과물이다. 그 조건에서 만들어진 명단에 빈칸이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상한 것은 그 빈칸을 결백의 증명으로 읽는 쪽이다.

사전은 완성품이 아니다

연구소는 사전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완료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료의 발굴과 검증을 통해 '보유편'과 '개정증보판'으로 이어지는 현재진행형 학술 사업

새로 확인되는 관보, 신문 기사, 단체 명부 같은 1차 사료를 바탕으로 검증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상호의 행적 여덟 건은 지금 그렇게 다시 꺼내진 목록이다. 2009년에는 흩어져 있던 것들이다.

국가가 공인한 1,006명 명단은 더 좁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열거한 행위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사전에 없고 국가 명단에도 없다는 말은,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물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지 그 사람이 그물 밖에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빈칸의 의미

명단을 만드는 일은 사람을 채우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빈칸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빈칸은 두 가지 이유로 생긴다.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거나, 거기까지 손이 닿지 않았거나.

둘은 완전히 다른데 겉으로는 똑같이 비어 있다. 그래서 명단은 늘 읽는 사람에게 하나를 더 요구한다. 이 빈칸은 어느 쪽인가.

안상호의 경우 연구소가 직접 답했다. 뒤쪽이라고. 그러니 그 이름이 사전에 없다는 사실로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2009년에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앞선 글에서 알 수 없게 놔둔 책임이 우리 몫이라고 적었다. 그 책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이제 말할 수 있다. 예산을 깎은 것, 그 자리를 시민 모금이 메우게 한 것, 그렇게 만들어진 명단을 최종 판결처럼 쓰는 것. 셋 다 우리가 한 일이다.

참고 자료

친일인명사전안상호민족문제연구소대정친목회2026
※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면 근거와 함께 알려주시면 확인 후 본문을 수정하고 수정 사실을 남깁니다.
이 글이 속한 사건 · 2026.08.07 '사전에 없는 이름' — 안상호와 2026년의 질문
  1. 1몰랐다는 말2026-08-17
  2. 2명단의 빈칸

남기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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