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10월 1일, 함경남도 경찰부가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윤재·한징·이극로·정인승·최현배·이희승·장지영 등 주도 회원 11명이 그날 붙잡혔다.
이들이 하던 일은 사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말 사전이다.
사전을 만드는 일이 죄가 되었다
검거는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 그해 12월, 이듬해 3월까지 이어졌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정리로는 구속된 사람이 29명, 불구속이 4명, 관련자는 모두 33명이다.
경찰이 붙인 혐의는 치안유지법 위반이었다. 조선어학회를 '학술 단체의 모습을 한 독립운동 단체'로 규정한 것이다. 고문 끝에 그런 자백이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죽었다. 이윤재가 1943년 12월 8일 함흥형무소에서, 이듬해에는 한징이 옥사했다. 사전을 만들던 사람들이었다.
광복 이틀 전에 확정된 판결
16명이 기소됐다. 1945년 1월, 함흥지방법원은 이극로에게 징역 6년, 최현배에게 4년, 이희승에게 2년 6개월, 정인승·정태진에게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1945년 1월 18일 상고했다. 고등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한 날은 1945년 8월 13일이다.
광복 이틀 전이다. 판결은 확정됐고, 이틀 뒤 그 판결을 내린 나라가 이 땅에서 물러났다. 옥에 있던 이들은 그 뒤에 풀려났다.
증거물이 된 원고
경찰은 사전 원고를 증거물로 가져갔다. 십수 년 동안 모은 낱말과 뜻풀이였다.
그 원고가 다시 나타난 곳은 해방 직후 서울역 운송부 창고였다.
그렇게 찾은 원고로 1947년 10월 9일, 한글날에 『조선말 큰사전』 첫째 권이 나왔다. 여섯째 권으로 완간된 날은 1957년 10월 9일, 역시 한글날이다. 1929년 사전 편찬회를 꾸린 때로부터 28년이 걸렸다.
이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가 — 두 가지 이야기
여기서부터는 갈라 적는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이렇다. 1942년 여름방학, 함흥 영생고등여학교 학생들이 기차에서 조선말로 이야기하다 경찰에 걸렸고, 그 조사가 사전 편찬원 정태진에게로, 다시 조선어학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신편 한국사』도 이 경위를 싣고 있다. 정태진이 먼저 붙잡힌 것은 1942년 9월 5일이다.
그런데 이 발단 이야기가 나중에 다듬어졌다는 연구가 있다. 장신(2016, 「조선어학회 사건의 발단과 민족서사의 탄생」, 『한국독립운동사연구』)에 따르면, 처음의 계기는 한 학생의 일기장에 적힌 글이었고, 그것이 1970년대에 들어 기차 안의 조선말 대화로 바뀌어 전해졌다. 원래는 '국어 상용'을 둘러싼 여러 해석이 가능한 사안이었는데, 조선말 사용 문제로 다시 읽혔다는 것이다. 논문은 1950년대 말 이희승의 회고가 사실에 가장 가깝다고 보았고, 1980년대에 당사자들의 반박이 있었는데도 서술이 바뀌지 않은 까닭을, 조선어학회가 이미 '민족어를 매개로 한 수난과 저항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글은 검거와 판결, 옥사와 원고의 행방처럼 문서로 확인되는 것만 단정한다. 발단의 경위는 위의 두 이야기를 나란히 둔다.
사전이라는 것
사전은 한 언어가 어떤 낱말을 갖고 있는지, 그 낱말이 무슨 뜻인지를 적어 두는 책이다. 누군가 그 언어를 없애려 할 때, 사전은 그 언어가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그 원고가 증거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원고로 만든 사전은 첫 권도 마지막 권도 한글날에 나왔다. 1942년 10월 1일은 그 28년 가운데 가장 어두운 날이다.
이 글이 확인하지 못한 것
사실관계는 국사편찬위원회 『신편 한국사』의 조선어학회 사건 서술을 기준으로 삼았고, 사건의 발단은 장신(2016)의 논문 초록을 참고했다. 논문 본문 전체는 읽지 못했다. 초록의 주장을 옮겼을 뿐, 그 근거 사료를 직접 대조하지 않았다.
인원수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관련자 33명을 '33명 기소'로 적은 자료, 검거 인원을 31명으로 적은 자료가 있다. 이 글은 국사편찬위원회의 '구속 29명·불구속 4명·관련자 33명, 기소 16명'을 따랐다.
한징의 옥사 날짜, 원고가 발견된 정확한 날짜, 풀려난 날짜는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았다.
이 사건에 붙은 기록은 아직 이 글 하나다.
남기는 말
사람을 향한 욕설과 위협은 지웁니다. 후손을 조상의 행위로 비난하는 글도 지웁니다(연좌제 금지). 사실에 대한 반박은 근거와 함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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