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루아상이란?
크루아상(Croissant)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뜻하는, 겹겹이 층을 이룬 버터 페이스트리다. 바삭한 겉면을 깨물면 안에서 부드러운 결이 펼쳐지고, 입안 가득 버터 향이 퍼진다.
아침 식사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이 빵은, 사실 그 탄생 과정에 전쟁과 승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

2. 역사 - 빈 전투와 초승달의 기원
크루아상의 원형은 '키펠(Kipferl)'이라는 빵으로, 13세기경부터 오스트리아와 독일 지역에서 먹어온 초승달 모양의 빵이었다.
가장 유명한 탄생 설화는 16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벌어진 오스만 제국의 빈 공방전과 관련이 있다.
오스만 제국은 빈을 포위하고 야간에 몰래 땅굴을 파고 침투하려 했다. 그러나 새벽부터 일하던 제빵사들이 땅 밑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를 듣고 경고를 보내,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의 상징인 초승달을 본뜬 빵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적의 상징을 빵으로 만들어 먹어치운다니, 꽤 통쾌한 복수 아닌가.

3. 프랑스로 건너간 크루아상
프랑스에 크루아상이 전해진 경로도 흥미롭다.
1774년,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왕 루이 16세와 결혼하면서 크루아상이 함께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건 1838년. 오스트리아 출신 제빵사 오귀스트 장(Auguste Zang)이 파리에 '부울랑제리 비엔누아즈(Boulangerie Viennoise)'라는 오스트리아식 베이커리를 열면서부터다.
현재와 같은 버터가 층을 이루는 크루아상 레시피는 1920년대 파리 제빵사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재미있는 사실
- 프랑스에서는 크루아상을 '비에누아제리(Viennoiserie)'라고 부른다 - '빈에서 온 것'이라는 뜻
- 덴마크에서는 대니시 페이스트리를 '비네브뢰드(Wienerbrød)'라고 부른다 - 역시 '빈에서 온 빵'
- 정작 오스트리아에서 온 빵들이 다른 나라 이름을 달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4. 맛있는 크루아상의 조건
좋은 크루아상을 판별하는 기준:
- 겉은 바삭 - 손으로 건드리면 바스락 소리가 나야 한다
- 속은 촉촉 - 찢으면 겹겹이 결이 보이고, 약간의 수분감이 있어야 한다
- 버터 향 - 인공 마가린이 아닌 진짜 버터의 풍미
- 황금빛 색 - 너무 옅으면 덜 익은 것, 너무 진하면 과하게 익은 것
참고로 크루아상 하나의 칼로리는 약 350~400kcal. 버터 덩어리를 먹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먹는 거지 뭐.
5. 서울 크루아상 맛집
2025년 서울에서 크루아상으로 유명한 곳들:

테디뵈르하우스 용산점
삼각지역 근처.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크루아상'이라는 평을 듣는 곳. 평일 오전에도 웨이팅 각오해야 한다. 바질, 페퍼, 도넛 등 다양한 크루아상이 있고, '뱅 스위스'가 시그니처.
우스블랑
효창공원 근처. 버터가 듬뿍 들어간 크루아상으로 유명하다. 풍미가 진하다.
플링크 압구정
덴마크 감성의 크루아상 카페. 압구정에 위치.
에르제 (성수/도산)
유기농 밀가루만 사용. 입소문이 나서 오후에 가면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전 예약 추천.
아방 베이커리
마스카포네 크림을 가득 채운 크루아상이 대표 메뉴. 달달하면서 포근한 맛.
6. 파리 크루아상 맛집
본고장 파리에서 최고의 크루아상을 맛보고 싶다면:
Des racines et du pain (클라마르)
2025년 파리 베스트 크루아상 1위. 바질 푸르몽(Basile Fourmont)이 수상. 이 제빵사는 전통 프랑스 바게트 부문에서도 1위를 한 적이 있다.
La Parisienne (10구)
2025년 2위. 미카엘 레이델레(Mickaël Reydellet)의 베이커리. 바게트, 페이스트리까지 2025년 대회를 휩쓸었다.
Mille et Un (6구)
2025년 3위. 한국인 제빵사 서용상(Yongsang Seo)의 크루아상.
Du Pain et des Idées
캐널 생 마르탱 근처. 19세기 건물에 자리한 아름다운 베이커리. 에스카르고(달팽이 모양 페이스트리)도 유명.
Mamiche (9구, 10구)
2017년부터 여성 두 명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바삭함보다는 버터 풍미와 촉촉한 식감에 집중.
팁: 파리에서 크루아상은 보통 €1.20~3 정도. 아침 일찍 가야 갓 구운 걸 먹을 수 있다.

7. 마무리
크루아상 하나에 이렇게 긴 역사가 담겨 있을 줄이야.
오스만 제국의 빈 침공,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 19세기 파리의 베이커리 붐... 초승달 모양 빵 하나가 유럽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다.
다음에 크루아상을 먹을 때는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바삭한 겉면을 깨물며 "1683년 빈 전투의 승리를 기념합니다"라고 속으로 외쳐도 좋다.
아니면 그냥 맛있게 먹어도 된다. 빵은 결국 맛이니까.
다음 간식이야기에서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