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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이야기1. 크루아상(Croissant) - 초승달 빵에 담긴 전쟁의 역사
SNACK ESSAY

간식이야기1. 크루아상(Croissant) - 초승달 빵에 담긴 전쟁의 역사

2025.12.27NEOMNIUM

1. 크루아상이란?

크루아상(Croissant)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뜻하는, 겹겹이 층을 이룬 버터 페이스트리다. 바삭한 겉면을 깨물면 안에서 부드러운 결이 펼쳐지고, 입안 가득 버터 향이 퍼진다.

아침 식사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이 빵은, 사실 그 탄생 과정에 전쟁과 승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

완벽하게 구워진 크루아상

2. 역사 - 빈 전투와 초승달의 기원

크루아상의 원형은 '키펠(Kipferl)'이라는 빵으로, 13세기경부터 오스트리아와 독일 지역에서 먹어온 초승달 모양의 빵이었다.

가장 유명한 탄생 설화는 16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벌어진 오스만 제국의 빈 공방전과 관련이 있다.

오스만 제국은 빈을 포위하고 야간에 몰래 땅굴을 파고 침투하려 했다. 그러나 새벽부터 일하던 제빵사들이 땅 밑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를 듣고 경고를 보내,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의 상징인 초승달을 본뜬 빵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적의 상징을 빵으로 만들어 먹어치운다니, 꽤 통쾌한 복수 아닌가.

파리의 베이커리

3. 프랑스로 건너간 크루아상

프랑스에 크루아상이 전해진 경로도 흥미롭다.

1774년,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왕 루이 16세와 결혼하면서 크루아상이 함께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건 1838년. 오스트리아 출신 제빵사 오귀스트 장(Auguste Zang)이 파리에 '부울랑제리 비엔누아즈(Boulangerie Viennoise)'라는 오스트리아식 베이커리를 열면서부터다.

현재와 같은 버터가 층을 이루는 크루아상 레시피는 1920년대 파리 제빵사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재미있는 사실

  • 프랑스에서는 크루아상을 '비에누아제리(Viennoiserie)'라고 부른다 - '빈에서 온 것'이라는 뜻
  • 덴마크에서는 대니시 페이스트리를 '비네브뢰드(Wienerbrød)'라고 부른다 - 역시 '빈에서 온 빵'
  • 정작 오스트리아에서 온 빵들이 다른 나라 이름을 달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크루아상의 결

4. 맛있는 크루아상의 조건

좋은 크루아상을 판별하는 기준:

  • 겉은 바삭 - 손으로 건드리면 바스락 소리가 나야 한다
  • 속은 촉촉 - 찢으면 겹겹이 결이 보이고, 약간의 수분감이 있어야 한다
  • 버터 향 - 인공 마가린이 아닌 진짜 버터의 풍미
  • 황금빛 색 - 너무 옅으면 덜 익은 것, 너무 진하면 과하게 익은 것

참고로 크루아상 하나의 칼로리는 약 350~400kcal. 버터 덩어리를 먹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먹는 거지 뭐.

5. 서울 크루아상 맛집

2025년 서울에서 크루아상으로 유명한 곳들:

서울의 크루아상 카페

테디뵈르하우스 용산점

삼각지역 근처.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크루아상'이라는 평을 듣는 곳. 평일 오전에도 웨이팅 각오해야 한다. 바질, 페퍼, 도넛 등 다양한 크루아상이 있고, '뱅 스위스'가 시그니처.

우스블랑

효창공원 근처. 버터가 듬뿍 들어간 크루아상으로 유명하다. 풍미가 진하다.

플링크 압구정

덴마크 감성의 크루아상 카페. 압구정에 위치.

에르제 (성수/도산)

유기농 밀가루만 사용. 입소문이 나서 오후에 가면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전 예약 추천.

아방 베이커리

마스카포네 크림을 가득 채운 크루아상이 대표 메뉴. 달달하면서 포근한 맛.

6. 파리 크루아상 맛집

본고장 파리에서 최고의 크루아상을 맛보고 싶다면:

Des racines et du pain (클라마르)

2025년 파리 베스트 크루아상 1위. 바질 푸르몽(Basile Fourmont)이 수상. 이 제빵사는 전통 프랑스 바게트 부문에서도 1위를 한 적이 있다.

La Parisienne (10구)

2025년 2위. 미카엘 레이델레(Mickaël Reydellet)의 베이커리. 바게트, 페이스트리까지 2025년 대회를 휩쓸었다.

Mille et Un (6구)

2025년 3위. 한국인 제빵사 서용상(Yongsang Seo)의 크루아상.

Du Pain et des Idées

캐널 생 마르탱 근처. 19세기 건물에 자리한 아름다운 베이커리. 에스카르고(달팽이 모양 페이스트리)도 유명.

Mamiche (9구, 10구)

2017년부터 여성 두 명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바삭함보다는 버터 풍미와 촉촉한 식감에 집중.

팁: 파리에서 크루아상은 보통 €1.20~3 정도. 아침 일찍 가야 갓 구운 걸 먹을 수 있다.

크루아상과 커피

7. 마무리

크루아상 하나에 이렇게 긴 역사가 담겨 있을 줄이야.

오스만 제국의 빈 침공,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 19세기 파리의 베이커리 붐... 초승달 모양 빵 하나가 유럽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다.

다음에 크루아상을 먹을 때는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바삭한 겉면을 깨물며 "1683년 빈 전투의 승리를 기념합니다"라고 속으로 외쳐도 좋다.

아니면 그냥 맛있게 먹어도 된다. 빵은 결국 맛이니까.


다음 간식이야기에서 또 만나요.